지난 5월에 만났던 고무성 위메프 BM 차장은 위메프가 2012년부터 어떻게 데이터에 근거한 의사결정과 마케팅을 해왔는지 상세히 소개했다. 그 중심에는 구글 애널리틱스(이하 GA)가 있었다. 마케팅팀 모든 구성원들이 GA를 통해 일간, 주간 보고서를 만들었고, 데이터에 따른 의사 결정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당시 소셜커머스 1약에 불과하던 위메프는 현재 쿠팡, 티몬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당시 이들을 가르쳤던 한 남자가 있었다. 이석원 위메프 기업부설연구소 인프라기술팀 연구원(사진)이다. 8월 12일 위메프를 다시 찾아 그를 만났다.

“배움과 가르침이 동시에 이뤄졌습니다. 위메프를 분석하기 위한 웹 통계는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모르는 건 해외 사이트, 블로그를 뒤져가면서 찾았어요.”

이석원 연구원은 2006년 네오플에 입사해 데이터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가 2011년 위메프에 합류했다. 네오플에서는 데이터 분석 업무를 맡았다. 게임사는 데이터 분석 업무 체계가 잘 갖춰져 있다. 온라인 게임에서 화폐 통화량을 조절하거나 부분유료화 등을 안착시키기려면 데이터 분석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위메프에 입사했을 당시 환경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데이터 분석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은 이 연구원 혼자였기 때문이다. 그는 입사 초기를 회상하며 이야기 봇다리를 풀기 시작했다.

“당시 상황은 열악했습니다. 포털사이트에 배너 광고를 하면 100명이 들어와 10명이 회원가입을 했죠. 10명이 100만원을 써도 1인당 거래액은 만 원에 불과했습니다. 만 원에서 위메프가 가져가는 수수료는 10%니, 매출은 1000원이 되는 거죠. 네이버나 다음에서 유입된 데이터들을 정리해야 했죠. 체계조차 갖춰지지 않았던 시기였습니다. 의사 결정 근거도 없던 셈이었지요.”

이 연구원이 입사했을 당시 위메프도 구글 애널리틱스(GA)를 쓰긴 했다. 무료툴이라 개발자들도 GA를 알고는 있었다. 그러나 활용 수준은 초보에 불과했다. 좋은 툴을 페이지뷰(PV) 정도만 확인하는 데 활용했을 뿐이었다.

“GA를 통한 트래픽, 각 포털이 보내주는 PV로 확인한 광고 배너 클릭률 결과 정도만 확인했습니다. 그래서 모르는 것은 공부를 하면서 새로운 기능들을 적용했습니다. 유입 숫자뿐만 아니라, 방문자들이 일으키는 매출이 어떠한지 알고 싶었죠. 이런 기초적인 것들을 마케팅 팀에 알려줬습니다. 이후에는 특정 배너를 클릭했는데 한 사람이 중복 클릭한 것을 제외한 결과를 뽑아줬으면 좋겠다는 등, 마케팅 팀 내부에서도 이런 저런 고민을 담고 스터디를 한 후 저에게 연락이 오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가령 네이버에서 소셜커머스를 검색하고 ‘파워링크’로 위메프에 접속하면 이와 같은 URL이 찍힌다. 네이버에서 들어왔다는 것을 UTM 소스가 표기하며, UTM 미디엄은 클릭 당 과금(CPC) 서비스를 이용했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검색어(Term)는 소셜커머스였으며, 어떤 캠페인을 통해 들어왔는지는 위메프 코드를 뜻하는 r_sa로 표기됐다. GA는 이 코드를 자동으로 인식해 네이버 검색 키워드로 유입된 매출을 잡아준다.

물론 GA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데이터가 누락이 되거나 집계가 안되는 경우 난처한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물론 무료로 사용하고 있기에 이것 저것 따질 처지는 아니었단다.

“어느 날 잘 집계되던 페이지뷰(PV)가 누락이 되거나, 집계가 된 데이터가 다음 날에 나오지 않는 경우들이 종종 있었습니다. 이틀 뒤에 봤더니 수치가 바뀌어 있던 겁니다. 하지만 공짜로 쓰던 처지에 따질 수도 없었죠. 그래서 전날 데이터를 바로 집계하지 말고, 이틀에 걸쳐 수집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항상 교차 확인했습니다. 이후 A사 웹분석 툴과 히트맵 등을 도입했는데요. 2013년부터 GA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개선되자 다른 툴들은 모두 뺐습니다. 여러 툴을 관리하는 데 힘이 들었고, 사이트가 무거워지는 측면도 있었거든요.”

위메프가 GA를 통해 얻은 구체적인 성과는 무엇이 있을까. 이 연구원은 “분석을 통해 매출을 올리거나 비용을 줄이는 결과를 가져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금과 달리 초창기 소셜커머스는 제품 판매 기간을 하루로 한정했습니다. 이렇게 매일 제품군을 바꿔야 더 많이 팔릴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GA로 분석을 하고 나서 이를 개선했습니다. 관련 내용을 첫날에 100명이 보고, 둘째날부터 일주일 동안 50명씩 꾸준히 본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래서 딜을 진행하는 기간을 늘렸고, 그 결과 매출도 같이 늘었습니다. 물론, 경쟁사 모니터링과 같은 다른 분석들도 이에 영향을 미쳤겠죠? 지금 위메프에서 제품들을 기간에 상관없이 구매할 수 있는 이유도 그때 진행한 분석 때문입니다.”

또 다른 사례는 이미지 크기였다. 과거 위메프 페이지에서 판매되는 제품들은 쿠팡이나 티몬에 비해 가로 길이가 넓었다. 이 연구원은 가로 사이즈가 PV에 영향을 주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모니터 해상도가 낮을 경우 PV가 경쟁사대비 떨어지는지 랭키닷컴 보고서를 이용해 조사했다. 이 연구원 가설이 맞았다. 그래서 가로 사이즈를 경쟁사와 같은 수준으로 줄였다.

그는 “당시 넷북이나 해상도가 낮은 모니터를 이용해 쇼핑을 하는 경향이 많았는데, 이 경우에는 페이지가 짤려서 나오기 때문에 쇼핑에 불편함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밖에 이 연구원은 엑셀, 피벗(Pivot) 테이블, MySQL, DFP(double click for publishers) 스몰비즈니스, DB개발 등 기술을 활용하고 있었다.

“엑셀은 가장 기본적이지만 중요한 툴입니다. 여기에 피벗 테이블을 사용하면 데이터 분석을 더욱 빠른 시간에 할 수 있습니다. 네오플 재직 당시 6만5000라인까지는 엑셀을 사용했습니다. 이를 넘어서면 MySQL로 1차 처리를 하고 다시 엑셀에서 보고서를 만들었습니다. 가령 MySQL DB에 100만 건 되는 데이터를 엑셀에 바로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면 성별이나 연령대로 묶어 1차 집계를 했죠. DFP는 위메프에 배너를 거는 외부 업체들에 보고서를 제공해줄 때 사용하는 툴입니다. 배너 노출률, 클릭률 등을 정리하는데 사용합니다. DB 개발은 분석가들에게 필수인 기술입니다. 통계가 나오면 DB로 개발해 페이지에 넣는 것이죠. 자바 개발자들이 자바를 사용하는 것 같이 분석가들은 DB로 쿼리를 처리합니다.”

 

DFP스몰비즈니스 소개 영상

방대한 데이터 수집 역시 이슈다. 최근 몇년 간 빅데이터(Bigdata)가 화두가 되면서 이를 저장, 분석할 수 있는 오픈소스 플랫폼 ‘하둡(Hadoop)’이 뜨고 있다. 그리고 아마존웹서비스(AWS)나 마이크로소프트 애저(Azure)와 같은 퍼블릭 클라우드에 대한 관심도 몰리고 있다. 위메프는 데이터를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 궁금해 물었다.

“현재 위메프는 하둡을 구축하지 않았습니다. 내부에서도 이를 구축하자는 요구가 있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하둡을 구축한다고 끝이 아니라 업무프로세스와 전담 개발자 추가가 필요하고, 시행착오도 고려해야 합니다. 그리고 데이터량도 수 테라 정도라 하둡이 필수인 상황도 아닙니다. 클라우드는 사내 클라우드를 구축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퍼블릭 클라우드 역시 아직은 안 쓰고 있습니다.”

데이터 분석은 전 세계적인 화두다.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 시각화 등 이를 돕는 시스템과 툴 역시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석원 연구원은 데이터 분석보다 중요한 두 가지 요소가 있다고 강조했다. 데이터 분석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조직 문화가 보장돼야 하며 현업에서 적용할 수 있는 분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데이터 분석요? 중요하죠. 하지만 경영진부터 사원까지 데이터로 결정을 하자는 문화가 마련돼야 합니다. 감이나 언변에 따라 의사 결정을 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물론 뛰어난 리더나 실무자로 인해 높은 성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가 떠난 뒤 조직은요? 대체자가 없으면 순식간에 무너질 것입니다. 다음으로 현업을 위한 분석인데요. 데이터 분석을 하는 사람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 현업이슈와 동떨어졌거나 수치만 나열하고 해결책은 없는 보고서를 쓰는 겁니다. 하지만 당장에 적용할 수 없는 분석 보고서는 아무 데에도 쓸모가 없습니다. 두 가지가 보장되고 선순환이 이뤄진다면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위메프는 이 연구원 포함, 3명이 타 부서 분석을 지원하고 있다. 자체적인 분석보다 통계페이지 개발이나 데이터추출 업무를 주로 하고 있다. 분석할 수 있는 사람은 많아도 DB에서 데이터추출까지 할 수 있는 경우는 잘 없기 때문이다. 마케터 뿐만 아니라 경영전략 등 전사에서 생기는 분석 관련 업무는 모두 지원을 한다고 한다.

데이터로 조직이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는 위메프. 화려함은 없지만 꾸준하게 변화를 시도하는 그곳에서 이커머스 데이터 분석이 어디까지 발전했는지 살펴볼 수 있었다.

Q.네오플에서 약 5년, 위메프에서 약 4년 동안 데이터 분석을 하고 있다. 데이터 분석을 잘 하고 있는 게임업계를 떠나 위메프로 온 이유가 궁금하다.​게임머니 통화량을 매주 모니터링했습니다. 게임머니가 갑자기 늘어나면 그 원인을 찾아야 했지요. 특정 패치 때문에 통화량이 증가했으면 패치를 분석하고, 특정 사람만 늘어났으면 불법 머니복사 여부를 진단했습니다. 주간 리포트도 썼습니다. 게임 트래픽이 오르면 패치나 방학과 같은 외부 요소를 찾았습니다. 떨어질 경우 경쟁사 신규 게임들을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레벨별 이탈률도 계산했죠. 그렇게 5년 간 업무를 하다보니 게임 외에 다른 분야에서 데이터 분석을 적용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도전했고, 나름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생각해요.​Q.게임사에서 익힌 기술들이 소셜커머스에서 통할 수 있던 이유는

네오플에서 웹 분석을 해본 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분석이라는 큰 틀에서는 공통점이 많더라구요. GA를 연구하면서 세세한 부분에서는 헤매기도 했지만 크게 어려움은 없었던 것 같아요. 매출이나 트래픽이 떨어지면 원인을 찾는 과정이나 보고서를 쓰는 방식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 덕분에 네오플에서 쓰던 DB, 엑셀 노하우들을 그대로 가져와서 쓸 수 있었습니다.

Q. 앱 분석에 있어서는 GA 활용도가 웹보다 현격히 떨어진다고 들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처를 하고 있나

GA로도 앱 데이터를 볼 수가 있기는 한데 문제는 돌아오는 수치가 정확한지 보장할 수 없습니다. 교차확인을 생각해봤지만 아직까지는 다른 툴로도 확신이 없는 상태입니다. 제일 좋은 방법은 위메프 서버에 로그를 쌓아 로우(Raw)데이터를 갖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 데이터를 정제하면 GA에서 지원하지 않는 분석도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신뢰도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데이터 분석을 업으로 삼게 된 이유는?

저는 대학때부터 통계를 전공으로 공부했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뜻을 품고 학과를 선택하지는 않았지요. 수업을 듣던 중에 적성에 맞는다고 생각을 했고, 졸업하고 네오플에 입사 원서를 냈습니다. 석사 이상 우대로 뽑던 직군이었는데 운 좋게도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밤 늦게까지 일하고 주말에 출근해도 크게 힘들지 않았는데, 돌아보니 적성에 맞았기 때문이었습니다. 평생 데이터 관련 업무를 하는 게 꿈입니다.

[유재석의 데이터 인사이트] 데이터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갑니다. 오픈마켓, 소셜커머스, 인터넷 서비스, 사물인터넷(IoT), 스타트업 등 모든 분야에서 데이터로 인사이트를 만드는 사람들을 인터뷰합니다. 관심 있는 분은 edit@imaso.co.kr로 연락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