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가 화두다. 정보기술(IT)이 금융을 만나 편리하게 결제, 자산 관리, 대출, 투자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등장한 키워드다. 그런데 동시에 ‘규제’라는 단어도 떠오르고 있다. 일례로 ‘8%’라는 개인 간(p2p) 대출 중계 서비스가 최근 유해 사이트로 분류돼 폐쇄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간편 결제, 송금 등 다양한 서비스가 이미 1~2년 전에 완성됐으나 인가를 받지 못한 경우도 허다하다. 다음카카오의 뱅크월렛카카오가 2014년 말에서야 시장에 등장한 것, 같은 해 비바리퍼블리카의 토스앱 역시 베타 테스트에서 그쳐야 했던 이유가 이러한 프로세스에 기인한다. 마이크로소프트웨어 취재진은 현업에서 핀테크 스타트업을 운영하거나,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을 찾아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구태언 테크앤로 변호사, 김종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황승익 한국NFC 대표를 ‘마소캠퍼스’에서 만났다.(사진 왼쪽부터 김종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황승익 한국NFC 대표, 구태언 테크앤로 대표 변호사,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Q. 각자 소개를 부탁한다.
구태언 변호사: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 검사 시절 사이버 범 죄 영역을 수사하며 IT와 만났다. 이후 김앤장에서 정보통신 관련 비즈니스 법률 자문을 했다.지금은세상의모든기술에대한법률 자문을 하자는 비전으로 테크앤로 법률사무소를 만들었다. 핀테크 와 관련해서는 정보보호자문을 주로 한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공 식 자문변호사로, 스타트업에 무료 법률자문을 하고 있다.
김종현 연구위원: 민간 연구소에서 계속 근무했다. 벤처캐피탈(한국 종합기술금융)을 거쳐 삼성경제연구소, CJ경영연구소에서 일했 다. 지금은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서 금융을 연구한다. 주로 신사 업 관련된 연구를 해왔고 그런 경험이 소셜네트워크, 빅데이터, 스 마트금융, 핀테크로 연결됐다. 장기적으로 핀테크 산업이 발전해 야 한다고 본다.

이승건 대표: ‘토스(Toss)’란 간편 송금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 이달 중 선보이는 것이 목표다. 2014년 중순 실리콘밸리 투자사에서 100만 달러(약 11억 원)를 유치했다. 모의 해킹을 통해 보안을 개선 하고 있으며, 문자를 인식해 앱에서 자동 입금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편의성을 개선하고 있다.
황승익 대표: 판도라TV에서 마케팅과 홍보를 담당한 뒤 온세텔레콤 에서 신규사업을 진행했다. 2014년 퇴사 후 한국NFC를 만들었다. 주위에서 NFC한다고 하니 죄다 말렸다. 실패 사례가 많았기 때문 이다. 기존 NFC는 신용카드 정보를 휴대폰에 집어넣어 카드처럼 활용을 하려 했는데, 카드를 이용하는 것보다 불편함이 많아 실패 했다고 생각한다. 발상을 바꿔 휴대폰에 있는 NFC 안테나를 리더 기로 사용해 실물 카드를 읽을 수 있는 방법으로 편의성을 개선했 다. 일명 NFC 간편결제서비스인 셈이다.
Q. 핀테크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어떤 장벽이 있다고 생각하나.
황승익: 우리나라에서 발급된 카드가 1억3000만 장(*금융감독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4년 6월 기준 국내 발급된 신용카드는 총 9371만 장)이다. 방대한 양의 카드를 스마트폰으로 읽어 결제하는 법을 고민하다 만든 서비스가 NFC 간편결제다. 2013년 12월 특허를 등록했고 이듬해 3월 회사를 설립했다. 이후 여러 쇼핑몰 담당 자와 이야기를 나눈 결과 고객은 간편 결제 욕구가 크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우리 서비스를 쇼핑몰에 연결하려면 카드사와 협의해야 했다. 카드사는 금융감독원의 ‘보안성심의’를 받아오라 했다. 금융 감독원에 갔더니 다시 카드사나 결제대행(PG)사를 통해 보안성 심의를 신청하라더라. 다시 카드사로 돌아가야 했다.
카드사 내부도 문제가 복잡해 보였다. 스마트금융컨버전스 사업부 는 간편결제 서비스를 직접 만들겠다는 이유로 반대했고, 영업부 서는 한국NFC의 서비스를 연결하면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찬성 해결론이나지않았다.결국카드사와제휴는포기했다.대신결 제대행업체인 KG이니시스와 제휴했다. 그리고 올해 1월 30일 부 로 보안성심의를 통과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1월 27일 ‘전자금융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하며 올해 6월까지 보 안성심의와 인증방법평가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승건: 핀테크를 하면서 법 말고도 ‘추가 규제’가 있다는 걸 느낀 다. 2014년 초에 토스 서비스를 시작하자마자 바로 문을 닫아야 했다. 금융감독원이 은행에 ‘토스가 어떤 서비스냐’는 공문을 보 냈을 뿐인데, 은행이 토스 사용을 거부했다. 위법도 아닌데. 새 로운 일을 시도하는 데 트라우마가 생겼다. 언제 어떻게 제재를 받을지 몰라서다.
규제를 감싸고 있는 철학이 바뀌어야 한다. 우리 같은 전자금융업 자가받는규제는은행권과비교하면새발의피수준이다.올해6 월부터 보안성심의 같은 사전 규제가 없어진다고 해도 집행기관의 철학이 바뀌지 않는다면 사업이 없어질 지 모르는 상황은 언제든 지발생할수있다.
구태언: 금융업은 유권 해석이 있어야만 움직일 수 있는 규제시스템이다. 다시 말해서 정부 허가가 있어야만 그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거다. 법에 명문화된 것도 아닌데 문화가 그렇다. 행정지도성 규제가 없어져야 한다. 물론, 이러한 규제를 악의적으로 제정한 것 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안전한 금융서비스를 위해 만들어진 거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있다. 온라인 시대에 맞도록 재해석해야 하는데, 지금 상황을 보면 금융당국이 그런 의지와 노력이 있는지 의문이다.
황승익: 우리는 보안성 심의 폐지 대신 완화를 주장했다. 안전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까 심의 자체는 필요한데 그 신청자격이 너무 까다롭다고 봤다. 그래서 누구나 새로운 기술을 테스트 받을 수 있도록 기회를 넓혀달라고 한 것이다. 금융당국에 계속 자격 완화를 요청했는데 결국 폐지가 됐다. 앞으론 각자 은행이나 카드사에 찾아가서 심의를 받는 자율 형태가 되는 건데, 보안에 대한 책임이 민간에 넘어간 것이다. 예전보다 심의 내용이 강화될 수도 있는 거고. 물론, 스타트업엔 기회가 더 열렸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Q.애초에 규제를 만들 땐 목적이 있을텐데. 규제가 한순간에 사라지면 역효과가 발생하지 않겠나.
김종현: 규제보다 불필요하고 불합리한 규제가 많은 게 문제라고 생 각한다. 필요한 규제를 없애서는 안 된다고 본다. 최소한의 규제는 남겨놓고불합리한규제는없애는것이맞다.그러려면규제의기 준을 마련하고 관리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감독 당국과 기업이 다른 입장을 가질 수도 있다. 상대방의 입장을 적재적소에 반영할 수 있는 소통 채널이 있어야 한다.
구태언: 2000년대 초, 온라인 금융이 활성화되면서 신원확인이 중 요해졌다. 공인인증 시스템이 불편하긴 했지만 안전했다. 지금 수준으로 핀테크 기술이 성장한 것, 선진국과 어깨를 견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도 공인인증서의 역할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과거의 기술을 대체할 수 있는 편리하고 간단한 인 증수단이 있다. 규제를 재해석해야 하는 시점이 왔다.
김종현: 질문을 던지고 싶다. 예를 하나 들면 트랜스퍼와이즈라는 국제 송금 업체가 있다. 잘 하고 있는 서비스다. 거래에 은행이 개 입하지 않아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형태의 사업을 할 수 없다. 외환거래법에 걸린다. 법에 따 르면 트랜스퍼와이즈의 사업모델은 사실상 ‘환치기’인 셈이다. 가능성이 있는 사업이고, 이 일을 하려는 사람도 많은데 원론적으로 는 할 수 없는 상황인 거다. 어떠한 방법으로 해결해야 할까? 구 변호사께 묻고 싶다.
구태언: 서비스가 아니라 부작용을 규제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규 제든 서비스든 장단점이라는 게 있다. 비유하자면 발가락 끝에 뾰 루지가 났다고 발가락을 자르면 안 된다는 얘기다. 그게 뾰루지인지 발 전체를 썩게 하는 증상인지 평가를 해야 한다. 뾰루지면 치료하면 끝날 문제다. 즉, 트랜스퍼와이즈 같은 형태의 사업을 허용하고 불법 환치기를 규제하면 되는 것 아닌가.
김종현: 원론적으로는 동의하지만 현실적인 대안은 못 찾고 있는 것 같다.
구태언: 정부당국이 모든 책임을 지려고 하기 때문에 그렇다. 미 국, 유럽 같은 곳은 시민 의식이 상당히 높다. 그래서 부당한 일이 있을 경우 자진 신고를 한다. 일례로 옆집에서 강아지를 걷어차면 이웃이 신고한다. 그래서 동물학대가 없다. 가정폭력도 그렇다. 높은 시민정신이 왜 생겼을까. 미국에는 ‘휘슬 블로잉(whistle blowing)’ 같은 문화가 있다. 만약 군수품 비리를 신고하면 적발 된 군납비리 금액의 25%를 보상금으로 준다. 그렇게 비리 사슬을 끊는 거다. 이른바 공익제보법률이 보상을 보장한다. 금융의 규제 를 풀어서 발생하는 부조리 역시 시민 참여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중국, 영국, 미국에서는 핀테크가 활발하다. 이유가 뭘까?
김종현: 알리페이나 페이팔은 각국 금융시장의 특성을 역으로 활용해 뜬 서비스다. 이러한 측면에서 페이팔이나 알리페이 같은 모델 은 우리나라에서 나오기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탄생 배경을 보면 알리페이는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고객 간 거래(C2C) 서비스 타오바오에서 물건 구매를 편리하게 하고자 탄생했다. 신용거래기 반이 없는 중국 시장의 영향을 받아 사회 저변으로 확대가 되면서 중국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결제 서비스가 됐다.
페이팔도 나름의 등장 배경이 있다. 미국의 경우 주 별로 송금, 결 제 방식이 달랐다. 그런데 전역에서 실시간 송금과 결제를 가능케 한 페이팔이 등장해 인기를 끈 거다. 반면 우리나라는 금융공동망 이라는 인프라를 통해 실시간으로 다른 은행으로 송금할 수 있다. 결제도 문제가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페이팔이나 알리페이 같은 서비스가얼마나시장에영향을줄수있을지의문이다.결국,우 리나라의 특성을 잘 파악한 핀테크 업체가 시장에서 인정을 받지 않을까 생각한다.
Q. 우리나라의 과제는 무엇이 있을까.
황승익: 핀테크가 계속해서 언급되는 이유는 소비자의 요구 때문이라 생각한다. 해외 직구를 하면서 국내와 해외 결제 프로세스를 비교하게 된다. 왜 우리는 오픈마켓에서 물티슈 하나 사는데 인감증 명서 수준의 공인인증서를 사용해야 하나. 금융당국이 기준을 만들었고, 그 보안 기준을 통과해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안은 중요하다. 하지만 마을버스 정류장에 공항 검색대 수준의 보안을 하는 것은 과도한 조치다. 단순히 물건만 사는 데는 보안 등급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보안과 편리함, 양쪽을 모두 만족시킬 서비스가 나와야 할 거다. 더 많은 서비스들이 나와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곳이 살아남는 구조가 돼야 한다. 그래야 글로벌 진출도 할 수 있을 거다.
구태언: 최근 벌어지고 있는 핀테크 쟁점을 살펴보면 인터넷이 막 보급되던 20년 전 전자상거래 영역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양대 진영이 벌이던 대전의 또 다른 버전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과부터 말하면 그때 오프라인 진영이 패배했다. 사회는 온라인을 중심으 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오고 있다. 핀테크 역시 마찬가지다. 오프라 인으로 대표되는 금융권에 온라인 공습이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규제와 관련한 논쟁에만 멈춰있다면 기회를 놓칠 수밖에 없다. 핀테크는 지금 고민해야 할 분야가 아니라 신속히 실행해야 하는 숙제다. 신규 업체는 기회를 갖고 기술을 검증받아야 한다. 검증 주체가 금융당국이 돼서는 안된다. 금융업체가 적극적이고 자유 롭게 선택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에 필요한 것이 이게 아닐까 싶다.
이승건: 결제나 송금 등 금융과 관련해 불편한 요소가 아직 많다. 그러한 부분이 모두 사업 기회가 아닐까. 뱅킹 시스템, 대출 신용평가, 결제 등 다양한 영역에서 기회가있을 거다. 불편함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마소]
소스: [마소 핀테크 특집(8)] 실무자에게 듣는 한국 핀테크의 현재 | 마이크로소프트웨어 — IT 전문 미디어